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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 폭증…"AI덕에 D램 수요도 반등"

"반도체 봄 빨라진다" 기대
◆ 반도체 전쟁 변곡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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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을 시작으로 반도체 시장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발 특수가 반도체 산업 전반에 수요를 폭발시킬 것이란 전망이 확산된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내놓은 분기(2~4월) 실적은 실제 관련 수요가 예상을 큰 폭으로 뛰어넘는 수준이란 점을 극적으로 확인시켰다.

이날 발표된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는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주효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42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4% 늘었다. 월가 전망치(39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데이터센터의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기업들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엔비디아의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뛰어넘으면서 25일(현지시간) 장 초반 주가는 29%가량 급등해 장중 385달러를 넘어섰다. 시가총액도 1조달러에 근접했다. 엔비디아의 이전 주가 최고치는 2021년 11월 333달러였다. JP모건은 목표 주가를 250달러에서 500달러로 두 배 늘렸고 비중 확대 등급을 유지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다. 그만큼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선 GPU 등 일명 AI 반도체가 필요하다. AI가 늘수록 GPU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다. AI 반도체 증가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확대로 이어진다. 통계 업체인 슈타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매출액은 올해 3421억달러(약 4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6.5% 증가한 수치다.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4년 3575억달러에서 2027년엔 4000억달러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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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CAGR)이 10.5%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들어 대다수 글로벌 기업은 전사적인 디지털전환을 준비 중이다. 특히 급증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효율성과 연산처리 속도가 중요해지면서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칩이 포함된 데이터센터 매출액은 2021년 대비 43.4%나 급증한 바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 규모도 지난해 444억달러에서 2026년 861억달러로 4년 동안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추정됐다. 2030년엔 시스템반도체 중 30% 이상을 AI 반도체가 차지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도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입게 될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공정으로 16Gb(기가비트) DDR5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이전 4세대(14나노급) 대비 생산성이 향상됐고 소비전력이 23%나 개선됐다. 전력 소요량이 많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용 기업에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도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전 세대 대비 데이터 저장 밀도를 1.5배 높이고 에너지 비용을 18% 절감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사양 D램 수요 증가가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2024~2025년 메모리반도체 시장 내 기여도가 20%를 넘어서며 향후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각각 1분기 대비 13~18%, 8~13%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하락폭은 당초 예상치인 20%, 10~15% 대비 소폭 감소하면서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분위기다.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일제히 감산에 돌입하면서 올해 연간 글로벌 D램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D램 공급량이 2Gb 칩 환산 기준 1043억6200만개로 총수요인 1054억1900만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올해 공급이 1055억5400만개로 수요 예상치인 1046억6200만개를 웃돌 것으로 봤는데, 연간 전망치가 '공급 초과'에서 '수요 초과'로 바뀐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7월부터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25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9조2754억원, 6750억원 순매수했다. 코스피 시장 전체 순매수(11조5877억원)의 85%가 넘는 수준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감산 효과로 D램과 낸드플래시 수급은 균형을 이룰 것"이라면서 "4분기에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3사 평균 재고는 1분기 대비 23%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찬종 기자 / 차창희 기자 / 박민기 기자 /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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