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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탐방] “연봉은 대기업, 문화는 외국계” 토종 강소기업 메디트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구직자들에게 외국계 기업은 선망의 대상 중 하나입니다. 국내 기업은 ‘군대식 문화’ ‘꼰대 문화’ 등 부조리하고 열악한 기업문화를 갖춘 반면, 외국계는 서구식 근무환경과 합리적인 문화를 가졌다고 보는 시선이 많죠. 이게 사실인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외국계 기업들은 채용을 잘 늘리지 않습니다.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된 51개 외국계 기업의 고용인원은 고작 1.9% 증가했습니다.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가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이유로 ‘수평적인 기업문화(42.8%, 복수응답)’ ‘높은 연봉(33.3%)’ ‘해외근무 기회(28.1%)’를 꼽는다고 합니다. 이런 장점을 모두 갖춘 토종 기업이 있다면 굳이 외국계 기업을 찾을 이유는 없겠죠. 3차원(3D) 스캐닝 강소기업 메디트(대표 장민호)는 이런 글로벌 기업 요소를 모두 갖췄다고 자부합니다.

지난 2000년에 설립한 메디트는 산업용 스캐닝 기술을 덴탈(치과) 부문에 도입하면서 급성장한 회사입니다. 제작에 최소 1주일 이상 걸리던 치과 보철물을 하루 만에 만들 수 있도록 돕습니다. 최근 경쟁제품과 비슷한 속도와 성능을 내면서도 가격이 50% 저렴한 신제품 'i500'을 선보이면서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장민호 메디트 대표는 “보통 의료 쪽이 신기술 도입에 보수적인 경향이 있지만, 최근 10여년 동안 디지털 기술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임상에서 적용될 수 있다는 컨센선스가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80여명이었던 직원은 현재 120명까지 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이미 지난해 연매출을 달성하면서 50% 이상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메디트 장민호 대표
메디트 장민호 대표


◆“의료 첨단 기술 시장은 국내외 기업 구분 없다” = 이 회사는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습니다. 매출의 약 90%가 유럽, 미국, 중국 등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발생합니다. 장 대표는 “사실 국내에는 현재 경쟁자가 없으며,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해외 어느 업체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제품, 특히 R&D(연구개발) 인력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를 자부한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다보니 영업사원들도 독일, 스페인, 중국, 러시아 등 11개국 출신들로 이뤄졌습니다. 이들이 적응하고 소통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글로벌 기업문화가 정착됐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입니다. 직급 체계 없이 구성원은 팀원과 팀장으로만 이뤄져 있고, 서로를 호칭할 때는 모두 ‘프로’라고 부릅니다. 이 덕분에 모두가 자기 업무의 메인 담당자로서 수평적인 관계로 소통할 수 있고, 입사 1~2개월 막내 직원이 낸 의견도 받아들여지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또 외국인이 많아 공식 소통이 영어로 이뤄지다 보니 내국인 직원들 역시 상당한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회의를 하면 마치 파고다 어학원에 온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실제로 사옥 1층에 위치한 메디트카페를 방문하면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여타 외국계 기업에서도 일부 부서를 제외하면 외국어를 거의 사용할 일이 없는 모습과 상반됩니다.

메디트 글로벌사업팀 로사 어트셋(Rosa Utset) 프로
메디트 글로벌사업팀 로사 어트셋(Rosa Utset) 프로


스페인에서 온 메디트 글로벌사업팀 로사 어트셋(Rosa Utset) 프로는 “다른 한국회사에 다니는 외국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야근, 회식이 너무 많아 힘들다는 얘기가 많지만 이 회사는 다르다”며 “또 최근 마케팅에서 세일즈로 팀을 옮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바로 받아들여지기도 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할 때 잘 할 수 있다면 기회를 주는 유연한 회사”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전 세계를 시장으로 두고 있는 회사는 여러 국적의 직원들 보유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마켓에 침투하려면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까지 알고 있는 직원이 있어야 유리해, 한국인 직원만 두고 외국에 뭘 팔아보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메디트는 직원 연봉과 복지도 대기업 수준으로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액수는 들을 수 없었지만 메디트 관계자는 “직원 상당수가 대기업에서 이직했고, 이들에게 이전 연봉보다 낮은 연봉으로는 모셔올 수가 없다”고 귀띔했습니다. 또 회사 성장이 빠르다 보니 평균적인 연봉 인상률도 상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정기적으로 연봉협상이 이뤄져 우수한 인재들이 연차에 상관없이 능력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문화를 갖췄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사업 특성상 지역 담당자들이 기본적으로 1달에 한 번씩은 꼭 출장을 가야하다 보니, 글로벌 경험은 확실하게 쌓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입니다. 메디트 마케팅팀 황인아 프로는 “급여도 만족스럽지만,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역동적이고 흥미롭다”며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사업전략이나 마케팅 기법을 배울 수 있어, 개인적인 커리어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제조 회사에서 '의료 플랫폼 회사'로 도약 = 현재 메디트는 세계 50개 국가의 덴탈 스캐너 이용자를 대상으로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료 데이터 워크플로우를 온라인으로 관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치과 의료 산업 전반의 변화를 꾀한다는 계획입니다.

장민호 대표는 “소득이 증가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고령화, 생활패턴의 현대화에 따라 치아 투자는 어느 산업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메디트가 제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내놓는 것도 플랫폼 확산을 위한 초석입니다. 연구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초기에 회수하기보다, 시장 지배력을 높여 큰 그림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최근 인프라 구축을 위한 개발 인력 확보에도 더 힘쓰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메디트는 현재 제조회사에서 플랫폼 회사로 변하는 과정에 있다”며 “이 때문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 해결력이 있고, 수평적인 문화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메디트 인사팀 임현주 프로 역시 “인력을 채용할 때 ‘그로우스(Growth) 마인드 셋’을 가진 사람을 최고의 인재로 본다”며 “면접에서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더 좋은 인재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자기 계발 욕구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이를 공유하고 싶어하는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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