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국내 채권시장에서 미스매치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입니다. 장단기 금리 차를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은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전거래·파킹 등 관행처럼 여겨온 편법이 성행했습니다. 지난해 레고랜드, 흥국생명 사태로 홍역을 앓았던 시장에선 이러한 변칙이 균열을 만들까 걱정합니다. 단기 이익만 좇는 증권사에서 과거의 종금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미스매치를 바라보는 각 시장 주체들의 이야기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증권사의 랩어카운트와 신탁 계정에 대한 금융 당국의 검사가 본격화하면서 채권시장의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그동안 모호한 규정을 틈타 탈법적 거래가 만연했던 기업어음(CP) 시장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시장참가자들은 처벌 없이 사태가 유야무야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당국의 불법 입증 노력이 중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2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시장참가자들은 CP를 거래하는 증권사의 랩어카운트와 신탁 계정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전면적인 조사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단기 상품임에도 장기 채권에 투자해왔던 '미스매치' 문제 ▲손실이 난 채권을 다른 계정에 넣어두는 채권 파킹 ▲금융사가 자사 펀드나 계정으로 매매하는 자전거래 ▲수익 변화를 바로 반영하지 않는 장부가 평가 방법으로 손실을 은폐하는 수법 등 CP 시장의 문제는 그동안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고질적인 병폐였기 때문이다.

A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사장 사람 모두가 알고 있는 문제점이라 개선돼야 하는 것은 맞다"며 "고객의 돈을 가지고 부적절한 가격으로 매매해 손익의 이전이 발생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라고 말했다.

B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CP 시장은 누가 봐도 문제였고 금융시장의 건전화를 위해 당국의 조치가 필요했다"며 "관행이라고 넘어가기에는 거의 누더기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어디라도 처벌받아야 끝날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규정 자체가 미비했던 시장이다 보니 엄밀하게 위법에 해당하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 경종을 울리는 정도에서 이번 사태가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B 운용역은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당국에서 벼르고 있다가 이번에 조사에 착수한 것 같다"며 "다만 시장에서 관행이라고 우기면 당국에서 불법적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 증권사의 한 운용역은 "신탁에 자금을 맡긴 기관 고객이 환매를 요구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며 "작년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던 상황까지 고려하면 당국에서 강한 처벌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전한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이번 사태로 증권사 랩어카운트와 신탁 사업의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D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증권사의 상위 5명 연봉 랭킹에 CP 중개인들이 단골로 올라갔었다"며 "과거 채권 파킹 사건으로 자정 과정을 거쳤는데 이번 사태는 더 광범위하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 중개인은 "CP 시장의 문제는 시가평가를 도입하면 다 해결될 문제"라며 "수익평가에 민감한 기관 투자자들도 장부가 평가를 더 원한 것으로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자금 이동이 있을 수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들은 신탁 비즈니스를 접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운용역은 "향후 신탁이나 랩 비즈니스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며 "수익자가 시장대비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 것부터 무리였다"고 강조했다.
 

서울 금융중심지 여의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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